행복은 기억에서 오는 것인가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미국 작곡가 오스카 레번트
이 말의 의미는 즉슨,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니 좋았구나,라고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행복으로 기억되는 과거로 인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예전의 것을 찾게 된다는 말이다.
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부분은 동의하지만 전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
동의하는 부분은 마치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이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현재에 과거의 일상이 행복했다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너무 힘들었던 기억마저 지금은 그땐 그랬지 라며 그것마저도 행복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행복은 기억하는 것이라는 말이 이 뜻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 행복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에도 해당된다. 행복을 경험 중이다.
내 행복의 가치가 낮아서일까?
아무렴 어때? 내가 행복한 걸?
매일 하던 출퇴근 길에 기분 좋은 날씨를 온몸으로 느낄 때 새삼 행복을 경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술 한 잔 기울일 때 감사한 행복을 경험하고
이런 나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을 때 행복을 경험하고
하루에도 몇번 씩 행복 중이다.
친구들의 행복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대화는 하지 않았던 터라.
갑자기 내던진 나의 질문에 꽤 진지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친구 A는 내가 기분이 좋으면 행복이지! 행복은 진짜 원초적인 것에서 느껴!
좋은 걸 봤을때,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좋은 사람들과 스킨십을 했을 때와같이 시각, 미각, 촉각 등의 감각이 만족됐을 때 행복해. 그리고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해. 이것 또한 행복이야. 나는 과거에서 행복을 찾지 않아.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거든. 그래서 난 저 말에 전적으로 부정해!
친구 B에게서는 완전히 새로운 대답을 들었다.
행복? 나는 행복감을 느껴본 적 없는데. 그냥 '좋다' 정도일 뿐이지, 행복이라는 가치의 기준이 높은 것일지도 몰라.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도 '좋다!' 정도이지 '와, 행복하다!'는 못 느껴본 것 같아. 인간관계에서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 나는 내 행복의 가치를 성취감에 두는 것 같아.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행복하고 아직 그게 채워지지 않았어.
-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어. 너는 평소에 감정 기복 없이 좋다는 감정을 많이 느끼는 걸 보면 넌 그 자체로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이야.
친구 B 그런건가? 그럼 그런 건가 봐. 그게 행복이었나 보다. 나는 못 느끼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행복은 어려운게 아니었네! 꽤 만족한 삶을 살고 있었네. 하지만 난 아직 절반만 행복한 상태야. 아직 만족스럽지는 못해.
친구 C 나에게 행복은 평화로운 일상과 애정이야. 내가 나에게 스스로 갖는 애정과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애정을 그대로 받을 수 있을 때가 행복이야. 근데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어. 행복하다고 느낀 지 쫌 된 것 같아. 약간 나랑 거리가 멀어졌어. 현재 내가 불안정하고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가 봐. 사람들을 못 만나는 이유도 있고 말이야. 일에 치중되어 있는 내 삶으로 인해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된 느낌이야.
행복이 겹겹이 쌓여서 나를 만드는 면에서 행복은 기억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해. 생각해보면 현재가 지나서 과거가 되니까 같은 현재랑 과거가 같은 맥락 아닐까 싶어. 그러고 보면 현재와 과거가 분리되는게 이상하다고 느껴지네.
친구 D 음, 어떤 면에서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를 설명하기엔 부족한 말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때때로 현재 진행형으로' 이게 행복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잖아. 행복이란 거창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행복을 기억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 별거 아닌데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동의를 못하겠어. 어떻게 보면 참 행운인 것 같다. 어떤 순간을 지날 때 행복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행복이란 뭘까? 행복이란 행복이 뭔지 생각하지 않는 상태가 행복은 아닐까.
친구의 마지막 말에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 걸까.
근데 생각을 해야하나, 매일매일 행복을 느끼고 있는 걸.
행복이란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 상태.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